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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기신문의 '페미니즘 세뇌 교사단체' 의혹 보도 관련 모니터 등록일 21-05-12 14:18
글쓴이 관리자 조회 177
   https://drive.google.com/file/d/1NPw0NveeD7J2PMttSfsqmchO69ddixuP/view… [38]

5월 첫째 주 경기지역 일간지 보도모니터
모니터 대상 : 경기신문
모니터 기간 : 5월 3일~5월 7일


[일방적인 의견 인용으로 점철된 경기신문의 ‘페미니즘 세뇌 교사단체’ 의혹 보도]


경기신문은 5월 6일 기사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정 사상을 주입하며, 이에 저항하는 경우 교사가 왕따를 주도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교원 조직이 있다는 주장과 함께 이들을 처벌해달라는 요청‘, 5월 7일 기사에서 ‘교사 집단으로 추정되는 단체가 학생에게 특정 사상을 주입하고, 이를 거부하는 경우 왕따를 주도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는 주장’의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다고 반복적으로 보도했다.

기사에서 요약 및 인용한 청원인의 주장은 ‘해당 링크의 폐쇄된 사이트가 실제 존재하는 지하 교사단체의 것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사해서 전모를 밝혀야한다’라는 전제를 담고 있으며, 페미니즘이 학생들을 은밀하게 세뇌를 해야 할 만큼 위험한 사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사상을 주입하려한다’라는 그릇된 편견을 드러내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페미니즘의 정의는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이다. 따지고 보면 민주주의도 정치적인 사상인데 민주주의 교육도 하지 말아야 할까? 무엇보다 학생들이 성장과정에서 꼭 필요한 성 평등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우려를 해야 할 상황임에도, 의혹이 제기된 사이트 내 신원을 알 수 없는 자들이 실제 학교명 등을 사용하여 따돌림을 유도하는 글을 올려놨다는 것만을 근거로 삼고 있다.

5월 6일 기사에서 ‘페미니즘 주입, 거부땐 따돌림 주장/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의혹 퍼져/실제 지명·학교명… 눈여겨 볼 대목’으로 요약한 소제목을 사용했고, ‘2018년 작성된 ‘본부’라는 닉네임의 글에는…게시글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까지의 기사 후반부는 해당 웹페이지 아카이브에 남아있는 부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 중 ‘배포된 자료에 대한 외부유출을 극도로 꺼리는 모습을 통해 이들이 암암리에 움직이고 있다는 정황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지명과 학교명을 특정한 닉네임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에만 사안에 관한 추측이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지는 5월 7일 기사에서 ‘인재를 양성해야 할 교사들이 오히려 학생에게 특정 사상만을 주입하고, 따돌림을 종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누리꾼들의 지탄을 받았다’라는 문단으로 마무리한 부분은 앞서 보도한 6일 기사의 ‘그러나 이 사이트는 해외에 가상 서버를 두고 운영되고 있으며, 글을 작성한 이들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데다 작성한 글의 진위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를 의도적으로 생략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루 만에 해당 사이트의 진위 여부를 건너뛴 서술은 전날의 기사를 읽지 않은 독자라면, ‘지하에서 학생들을 정치적으로 세뇌하는 교사단체가 실제 존재하고, 온라인 공간에서 부적절한 주장을 편 교사들이 있다’라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진위 여부도 밝혀지지 않은 웹페이지 단 하나만으로 기존에 이미 시행중인 페미니즘 교육을 모험주의자들의 비밀 결사에 의한 공작으로 치부하는 등 자기들끼리 대체현실을 만들어 공명하면서 음모론을 만드는 성차별주의자들의 목소리를 해당 언론이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사안을 연속적으로 다루면서 일방적인 주장만을 인용하는 것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온라인 일각의 이야기에 경도되어 두려움을 느끼고 더욱더 성차별을 강화하고자 하는 세력의 편에 특별히 더 공감하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5월 7일 기사의 ‘청원 20만 돌파’를 강조한 제목, ‘학생들에게 강제 사상 주입 정황 靑 청원 하루만에 답변 요건 갖춰’로 기사를 요약한 소제목, ‘해당 청원은 100명 이상의 사전 동의를 받아 관리자가 검토 중인 청원으로, 링크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정식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참여자 증가 속도가 이례적이다. 청원 링크가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면서 동의 수가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6일 오전 9시 30분 기준 현재 20만 명 이상 동의한 상태다.’와 같은 서술은 사실성이 담보되지 않은 의혹 제기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동일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세력 확인과 과시에 매체가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다.

청원인과 동조자들이 ‘교육자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학생의 심리를 이용해 특정 사상을 주입하려한다’라는 식의 의견을 펴는 것 또한 과거 전교조 탄압 사례에서 빈번하게 관찰되는 행태다. ‘현장의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민주시민교육과 성 평등 교육 등 국가수준의 정식교육과정에 포함되어있는 수업들을 준비하고 실행해온 교사들의 성실한 노력을 폄하하고, 성 평등의 가치를 주장해온 페미니즘을 위험한 사상으로 낙인찍기 위한 조작이라는 의심이 든다.’라는 온라인의 다른 의견들을 함께 다루지 않고 며칠째 편협한 시각으로 게시된 글을 인용하며 객관적인 양 포장하는 보도를 내놓는 것에 경기신문은 부끄러워해야한다.


[사실검증을 교묘히 피해가는 서술방식]


5월 6일 기사에서 ‘다만, 현재 청원인이 제기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전혀 없다. 때문에 청원인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5월 7일 기사에서 ‘다만, 현재 청원인이 제기한 이 같은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청원인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와 같은 문장을 덧붙이면 이 일방적으로 제기된 논란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보도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청원에 게시된 문장을 인용하는 것만으로 기사의 객관성이 자동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의도가 있는 편집이 이미 읽는 이에게 보이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문단은 하나 더 있다. 5월 6일 기사의 ‘그러나 이 사이트는 해외에 가상 서버를 두
고 운영되고 있으며, 글을 작성한 이들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데다 작성한 글의 진위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작성된 글의 내용과 시기를 미루어 추정해볼 때, 누군가 의도적으로 꾸미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분석은 어디 소속의 누구의 분석인가? 그는 서버와 웹페이지의 구조에 관해 잘 아는 IT업계 종사자이거나 전문가인가? 출처를 알 수 없는 분석을 곁들이는 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라 사실을 곡해하는 선동이다. 기사 작성 시 참고한 의견과 분석의 출처를 온라인 커뮤니티의 불특정 이용자라고 합리적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적절한 전문가의 분석과 견해가 없는 불균형한 보도]


한국의 의무교육과정은 끊임없이 변화중이다. 교육에 관해 이런저런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이 졸업한 이후 바뀐 교육 현장의 실제 모습을 모르면서 모두가 전문가처럼 행세하는 나라의 단면을 이 연속보도가 보여주고 있다. 음지에서 암약하는 지하단체가 될 필요 없이 교사들은 역대 정부에서 의뢰한 연구 용역을 통해 개발한 각종 교수학습 지도안을 통해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시민의 기본 소양을 학생들에게 규정된 시수에 맞춰 가르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초중고 성 평등 교수학습 지도안 사례집 등이 그 근거이다.

이에 발맞춰 변화하는 교육현장에서 적용할 성 평등 교육을 위해 연구단체를 만든 교사들이 있다. 그들은 이미 ‘양지’인 교실에서 ‘차별·혐오 표현 쓰지 않기’, ‘불합리한 편견으로 다른 사회 구성원을 배제하지 않기’ 등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음에도 지난 몇 년간 외부의 정치단체들이나 학부모단체들로부터 ‘사상 주입’ 등의 오해를 받고 공격을 자주 받아왔다. 그들이 더 나은 교육을 위해 힘쓴 대가는 법적으로 보장된 자율적인 교권을 침해당하고 신변에 위협을 당하는 등의 일이었다. 그간 노력을 해온 것들이 무색하게, 이 논란에 대해 가장 할 말이 많을 당사자들에게 교육 현장의 전문가로서의 판단과 의견을 해당 매체가 한 번도 묻지 않는 것은 문제가 많다.


[기계적 중립과 탈정치의 오류]


과거에 불거졌던 한국사 국정교과서 논란이나 전교조, 민주노총 혐오 등 여러 사례에서 나타나는 ‘사상 주입’에 대한 일각의 분노는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가진 편협한 생각과 두려움을 드러낸다. 그들의 반발은 자신들의 불안을 엉뚱한 곳에 전가하는 행위이다. 또한 기존에 익숙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도 사안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서 박탈하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성차별이 극심한 사회의 가부장주의 또한 사상이다. 성별 구분 없이 성장과정에서 가부장주의에 따른 차별을 내면화했기 때문에 그것이 사상이 아니라 사회에서 당연시되는 풍조라고 여길 뿐이다.

또한, ‘사상 주입’에 분노하는 이들은 여기에 더해, 공무원, 교사, 군인, 경찰 등의 직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특별히 강조하곤 한다. 그 의무가 있는 동시에, 이 공직자들이 현대 사회에 필요한 기본 교양과 의식을 갖추기 위해 정기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을 차별하지 않기 위한 교육을 받거나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국의 교육은 탈정치를 표방하고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기존 사회에서 모범적이고 안전하다고 받아들여진 것들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비판력을 함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못한 면이 있다. 지금보다 정해진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교육이 더 많이 행해졌던 시절에 토론과 정치를 제대로 배울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난 성인들이 이 같은 소모적인 논란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다. 불만 있는 다수가 몰려다니며 기분과 세를 과시하는 식으로만 의견을 표출하다보니 소수의 의견은 설 자리를 잃어 공론장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차별주의자들의 끝도 없는 퇴행을 받아주느라 지난 과오를 돌이켜보고 개선해야할 과제가 산적해있는데도 이슈 아닌 이슈에 대응만 하다가 시민들의 사회적 관심과 공적 자원-일례로 밑 빠진 독처럼 생각을 바꿀 마음이 없는 차별주의자들이 끊임없이 나타나 사회에 오해가 만연해지고, 그런 그릇된 사회 인식을 바꾸고 법적 차별을 막기 위한 사업에 계속 들어갈 국가 예산을 생각해보라-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논리적 정합성을 결여한데다 동료 시민들을 위협하는 각종 행위를 진지하게 의견이랍시고 받아주면 사회가 퇴보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언론은 그 책임을 지는 주체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2021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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