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이건희 유산 상속과 관련해 ‘사회 환원’에만 치중한 경기지역 일간지]

4월 26일 경기일보 8면 <베일 벗는 이건희 유산 상속… 수조원 사회환원 '초읽기'>와 4월 27일 경인일보 14면 <삼성 ‘이건희 회장 유산 상속’ 이번주 공개> 기사에서 27일~28일 상속 발표가 있음을 기사화했다.

경기일보는 ‘수조원대’ ‘통큰 사회공헌’으로 기대감을 드러낸 기사였다. 기사 내용 중 ‘이건희 회장은 2008년 특검의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며 사재 출연 계획을 밝힌 바 있다.’라는 내용이 있으나, 이에 대한 비판보다는 ‘이건희 컬렉션’, ‘주식 상속’과 같이 상속과 증여에만 관심을 둔 모습이었다.

경인일보는 사회공헌 이야기는 없었으나, 주식과 컬렉션에 초점을 두고 보도했다. ‘유명 작가의 고액 미술품이나 사재를 공인재단 혹은 법인에 출연하면 상속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절세 효과도 거둘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28일 이건희 유산 상속에 대해 발표했다.

- 보도량 제일 많은 경인일보, 1면에 보도한 경기일보, 경인일보, 중부일보 -

경인일보가 5건으로 지면 보도량이 가장 많았으며, 인천일보는 지면 보도가 없었다.

경기신문, 경기일보, 경인일보, 중부일보 모두 ‘사회 환원’, ‘기부’와 같은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기사만 주로 1면에(경기신문 제외) 보도했으며, 2008년 차명계좌를 만들어 조세 포탈한 혐의로 기소된 건과 관련된 비판 기사는 쓰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과 관련된 상속세가 ‘12조’이며, 사회에 환원한 금액이 ‘1조’라는 사실을 집중하여 보도했다. 이와 함께 이중섭‧피카소 등 유명한 작가의 미술품을 기증한 것과 백혈병과 림프종 등 난치병에 걸린 아이들에게 후원금을 기부한 미담을 다뤘다.

- 연합뉴스 그래픽 그대로 가져온 경기신문과 중부일보
(보도자료 적극적으로 사용한 경기지역 일간지) -

경기신문은 4월 29일, <'작은 거인' 이건희, 대한민국에 '큰 유산' 남겼다>에서 삼성전자가 밝힌 구체적인 세부 내용을 담았다.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과 '공존공영' 의지를 강조하며, 감염병 치료 인프라 구축 및 소아암 환아 지원과 관련된 기부금이 얼마인지 서술했다. 이중섭의 '황소',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와 같은 근대 미술품 또한 기증하며 '큰 유산'의 증표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삼성에서 제공한 자료가 쓰인 연합뉴스 그래픽을 그대로 담아 삼성 측 입장만 인용했다.

사설에 들어가면 더 우호적인 입장을 표현했다. 초반 문단에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08년 차명계좌를 통한 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됐을 당시 1조 원가량을 사회에 환원해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말했다'라고 서술했다. '조세 포탈'과 '기소'라는 단어보다 '환원'에 집중해 28일 상속세 12조 원과 의료공헌 1조 원, 미술품 3조 원을 사회에 내놓으며 13년 만에 고인의 약속이 지켜졌다며 옹호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후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기부자와 사회책임 문화가 만들어졌다며 불평등의 위기 속, 미국을 지탱하는 원천이 기업 문화라고, '불평등'과 '기업'의 관계를 비약했다. 그러면서 '희망의 불빛'이 필요하다며, 삼성이 사회공헌으로 '초일류기업다움'을 보이길 기대함을 표현했다. 이렇게 삼성이 올바른 일을 하는 것에만 치우쳐, 사실관계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삼성이 사회적 책임을 지고 사회 환원을 한 게 아니라, 혐의 기소 때문에 내놓은 금액임을 명시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경기일보는 1면 <삼성, 이건희 유산 60% 이상 사회환원>에서 의료사업과 미술품을 기부한 사실을 간단히 정리한 후 8면에 이어 <의료‧미술품 '통큰 기부'… 이건희 '공존경영' 마침표>에서 의료사업과 미술품 기부금액 등을 상세히 다뤘다. 경기신문과 비슷한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중부일보 또한 1면 <故 이건희 1조 원 기부 사회환원 약속 지켰다>를 통해 ‘약속’을 지킨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어 10면에 <감염병전문병원 세우고 소아암 치료에 1조 쓴다>처럼 그대로 ‘기부금’에 집중했다. 중부일보 또한 경기신문과 같이 연합뉴스 그래픽을 그대로 인용했다. 이 외에도 6면 만평에서 ‘이건희 상속세 12조’와 ‘의료공헌, 미술품 기증 봇물’에 이어 ‘애국자 아들, 이재용 사면하라’라는 내용을 담았다.

- 사회 환원 외에도 미술품 관련해 집중적으로 보도한 경인일보 -

경인일보는 4월 29일 1면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긍정적" "미술품 일부라도 경기도 전시를">에서 故 이건희 회장 재산 '사회 환원'에 대한 지역사회 반응을 기사화했다. '환영'과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아쉬운 평가에는 유산이 작가의 고향으로 기증되며 '경기도가 소외된' 것에만 국한했다. 국회의원의 말을 빌려 '이건희 컬렉션'을 유치하는 기념전시관 제안을 하기도 했으며, '상속세 외에 별도의 기부'를 했음을 환영했다. 또한, 경기도박물관과 경기도미술관 관장도 개인이 가진 컬렉션을 국민에게 돌려준 일이며, 연구와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용 사면을 건의한 경제단체들 역시 환영 의사를 표했다고 담았다. 이어 10면 <'전세계 고통' 감염병 극복 인프라 구축 7천억 기부>도 마찬가지로 국내 첫 전문병원 건립에 5천억을 사용한 것과 소아암과 희귀질환에 걸린 아동을 치료하는 데 3천억을 지원했으며, 이 외에도 미술품을 국립기관에 기증한 사실 등을 다뤘다. 여전히 '기부금'과 '사회 환원'에 초점이 맞춰진 기사였다.

18면 오피니언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이라는 제목으로 미술품에 치중해서 이야기했다. "실제 시장 가격에 호환불능의 무형의 가치를 더하면 금액으로 환산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하다. 미술계가 '이건희 컬렉션' 기증을 경악할만한 사건으로 평가하는 이유다."며 기부의 의의를 크게 다뤘다. 가장 큰 수혜자로 '국립중앙박물관'을 언급하며, '비로소 근·현대 회화의 역사성을 완성'했음을 주목했다. 이 외에도 이중섭미술관, 대구미술관, 전남돌비미술관, 박수근미술관도 '이름값이 가능해졌다'라고 표현했다. 무엇보다 '80여년 삼성 역사의 모든 치부를 상쇄할만한 결단'이라며 이번 미술품 기증을 제일 드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고가의 미술품을 기증하여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높이는 일과 잘못된 기업 경영 때문에 발생한 범죄와 과오는 전혀 다른 분야이다. 어마어마한 재력으로 높은 가치가 있는 미술품들을 수집할 수 있었던 삼성이 단지 기부하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와 노동자들에게 저질렀던 잘못들이 상쇄될 수 있다고까지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을 꼭 지적하고 싶다. 그 어떤 단체나 인물도 공과 과를 두고 공이 크니 그간의 모든 과가 사라질 수 있다고 평가받아서는 곤란하다.

30일 <이건희 컬렉션 '그림의 떡'… 경기도에 와도 둘 곳 없다>는 경기도가 ‘이건희 컬렉션’을 받을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주목했다. 도내 박물관과 미술관 수장고가 포화 상태로 소장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을 기사화했다. 3면으로 이어진 기사 <높아진 도민 문화수준 맞추려면 효용성 갖춘 '개방형' 필요>에서 경기문화재단 소속 뮤지엄 수장고 현황표(2021년 4월 기준)와 함께 현재 수백억 원에 달하는 비용으로 인해 수장고 설립 계획이 없는 상황을 지적했다. 박물관이 역사적 소장품을 제대로 보관하기 위해서 수장고가 필요함을 알려준 의미 있는 기사였지만, ‘이건희 유산 상속’에서 파생된 다른 관점을 볼 수 있는 기사가 이 보도뿐이라는 점은 아쉬웠다.

[이재용 ‘사면 건의서’와 ‘우세한 사면 여론’ 다룬 경기지역 일간지]

반도체 사업 외에도 故 이건희 유산 상속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이재용 사면론’이 대두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지역 신문사별 기사를 살펴봤다.

중부일보 4월 28일 1면 <'이재용 사면하라' 여론 확산> 보도를 실었다. 경제계와 종교계 등 사회 각계에서 탄원이 나오며 여론조사에서도 사면 찬성이 70% 가까이 나오고 있음을 언급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기지역 상공회의소장들의 대표 의견’으로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27일 제출했으며, 반도체 산업 경쟁 속 경영을 진두지휘할 총수 부재로 세계 1위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잘못된 관행과 일탈은 엄격한 잣대로 꾸짖어야 함이 마땅하지만, 기업 본분이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데 있다면 헌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여론 찬성 의견과 탄원서 내용으로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해 옹호했다. 그런 면에서 탄원서 상 '엄격한 잣대'라는 표현은 모순적이다.

경기일보 또한 <경제5단체, 청와대에 ‘이재용 사면건의서’ 제출>에서 반도체 건으로 사면 건의서를 제출한 ‘경기지역 상공회의소장들의 대표 의견’을 보도했으며, 사설 <美 바이든發, 반도체 전쟁·백신 전쟁 이재용 부회장에 맡겨 볼 수밖에 없다>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독점하고 있는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를 위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바이든이 미국에 투자하라며 반도체 업계에 선포하면서, 오히려 반도체가 외교 협상 카드로 쓰일 수 있다고 봤다. 다른 사면 근거로 전직 대통령 2명의 사면보다 이재용 여론이 훨씬 우호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경인일보도 4월 30일 1면 <경기도상의연합회 '이재용 구하기'>에서 경기지역 상공회의소 회장들이 대표로 나서서 청와대에 사면 건의서를 제출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총수의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고, 국가와 기업 경쟁력 확보의 전기 마련을 위해 사면이 필요한 점을 들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긍정적" "미술품 일부라도 경기도 전시를"> 기사에서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제단체의 중앙 조직을 중심으로 이 부회장 사면 건의'가 이뤄졌으며 '사회 환원 이후 지역 경제계 역시 이 부회장 사면에 뜻을 합칠 가능성도 점쳐진다'라고 보도했다. 이후 사면 관련 탄원서 등 문제를 논의할 예정임도 언급했다.

경기일보, 경인일보, 중부일보와 달리 경기신문에서 다른 시각을 표했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의 입장을 담았다. 여영국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들을 사면할 경우, 촛불 정신을 배신하는 일이라 선언했다. 반도체 전쟁과 코로나 경제위기는 핑곗거리이며, '1961년 이병철 회장'이 자유당 정부에 4억 2,500만 환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으며, 33억 502만 환 세금을 포탈한 이래 '삼성'은 '부정부패의 주범'이었다고 비판했다. 특별사면을 해줄 경우, 동일 범죄를 부추길 수 있으며 모든 권력이 삼성으로부터 나오는 반헌법적 주장이라고 표현했다. 한 정당의 견해를 대변한 기사이긴 하나, 사면 보도가 아닌 다른 시각을 보도한 점에 의의가 있다.

2021년 5월 4일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